미술관 카페 정원, 미술관 입구, 돌방에 설치된 작품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거푸집 틀을 복제한 것들이다. 팔과 다리가 소실되고 몸통만 있는 상태로 덩그라니 놓았다. 서양 근대 미술의 대표작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껍데기 거푸집을 미술관에 놓았다.
‘Men in Pose’라 명명했다.
인류세를 살고 있는 지금 사람들의 어떤 상태 같기도 하고, 뭔가를 모색하는 인류의 상황 같기도 하다.
돌방에는 ‘Men in Pose’들이 둥글게 모여 마치 무슨 음모를 꾸미는 듯하고 오래전에 만들어진 나 자신의 영상 이미지가 그들의 음모를 비웃는 듯하다. 나는 이런 당혹스런 모순과 충돌 속에서 무의식의 심연에 떠도는 어떤 이미지들을 낭비하는 듯하다.
나는 ‘다이소’라는 저렴한 일상용품 가게에서 식기, 유리그릇을 보고 그 디자인과 가성비에 매료되어 필요도 없이 사기 시작했다. 워낙 저렴해서 재미로라도 살 만큼 물건들이 맵씨있었고 질도 좋았다. 그 회사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천원짜리 물건을 사서 좋아할 때 본인은 정말 행복하다고… 마치 팝 아티스트의 스피릿을 보는 것 같다.
유리 그릇과 식기를 조합한 램프들을 우아하고 장엄하게 장식장 위에 놓았다. 우주를 떠다니는 거대한 곤충같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름답다.
실제 소용을 낭비해 써버리고 다른 가치를 획득하는 교환의 즐거움…
메자닌 방에 미인도가 있다.
나는 오래전에 미인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출발한 미인도는 성스러움과 속스러움의 교차 속에서 어느 한 지점에 포획되지 않고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지점을 더듬는 듯 하다. 이 짓 또한 낭비이다. 그리고 예술의 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