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블랙

“‘저희가’” 라며, 완벽하진 않아도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원주민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이 나무들로 우리가 ‘배’라고 부르는 걸 만들겠습니다. 남는 목재로는 ‘종이’를 만드는 법을 보여드리죠. 이 ‘종이’위에는 (우리가 일단 출항을 하면) 어떻게 ‘쓰는’지 (불탄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보여드리죠. 만약 저희보다 더 잘 하신다면 저희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겠군요.”

 

근대 그리스에서 자나 깨나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미망인의 그 ‘전통적인’ 드레스는 가부장제 사회 억압아래에서 금욕 중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애플Apple의 맥Mac 제품으로 대표하는 현대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말년에 공적 옷차림으로 검은색을 선택했다. 초기 사진에서는 그가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후 수도사와 같은 폴로 넥polo-neck 셔츠로 [복장이] 변했다. 그의 이런 모습은 15세기 초반에 얀 반 에이크Jan van Eyke가 그린 룩카Lucca[1]지방 상인 지오반니 아르놀피니Giovanni Arnolfini의 계보를 잇는다. 아르놀피니는 상인의 품위와 충성심의 상징인 검은 비버 모피 모자와 까만 모피 드레스, 검은 스타킹과 신발 차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의 전환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공존할 수도 있다. 동시대 세계의 잡스와 더불어 고딕하위문화 Gothic Sub-culture의 검은 옷, 화장과 창백한 얼굴이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악마와의 이런 협업은 훨씬 전부터 있어왔고 이 문화는 18세기 후반과 19세기 낭만주의 속에서 굴절되었고 뱀파이어 장르 영화와 텔레비전 쇼에서 독특한 재 유행을 만들어냈다. 16세기에 여성이 악마 숭배로 구속되는 사례는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 나라의 사형집행인은 주로 붉은색을 입었는데 옷장엔 까만 옷을 넣어 두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검은색은 긍정적인 색이었다. 나일Nile강에서 내려온 그 모든 검은빛 모래 진흙과 대지의 비옥함의 상징이며 죽은 이들이 내세(來世)로 향하는 것을 보장해주는 색이었다. 그리스 세계에선 내세-저승에 대한 관념이 변하면서 검은색이 부정적인 의미를 띄게 되었다. 태양과 빛과 생동하는 감각 세계의 하늘이 없는 저승Hades[2]은 따분하고 어둡다. 기독교의 악마 개념도 사티로스satyr[3]의 도상학(圖像學,iconography)에서 비롯했으며 서기 1000년 전후의 악마나 악(惡)에 대한 개념 역시 그 관념에 검은색을 더했다. 하지만 200년 후 검은색은  “도시 귀족들과 시 공무원 혹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옷을 선택하는 색깔로, 품위와 절개를 상징하게 되었다. 14세기 중반에는 염색 기술의 발달이 진행중이었고 염색업자들은 검은 피부의 성 마우리시오Saint Maurice[4]의 인기를 얻었고 염색업자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변했다. “염색업자들은 모리스 성인을 자랑스러워 했고, 회화와 스테인드 글라스, 행진 퍼포먼스로 성인의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예수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린 예수가 티베리아스Tiberias지방 염색소의 견습생이 되어 색깔들을 만드는 기적을 일으켰다는 이야기였다.

매염제(媒染劑)에 더 많이 의지하여 발전된 기술은 좀 더 제대로  된 검은색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기술과 더불어 귀족을 제외한 모두에겐 특정 색상 옷을 금지하는 사치 금지령은 1360-1380년대 사이의 상인들과 금융계 남성들이 검은색 옷을 입게 하는데 공헌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모습에 필요한 엄격함을 부여해서, 색공포증chromophobia과 신뢰감을 주는 금욕적 모습을 추구하는 개신교 인들의 심미적 방식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게 했을 것이다.

검은색은 수 세기 동안 그런 근엄함을 표현하는 색으로서 회색과 경쟁하고 있었다. 문명인은 “비문명적인 국가와 아이들”이 입는 밝은 색상을 싫어하며, 그 대신 남성은 검은색 여성은 하얀색을 입는다고 괴테는 말한다. 비판적인 형용사‘야한garish’은 밝게 염색된 옷이 음탕한vulgar 것이라는 개념을 영구화 했다. 17세기 브라질 사람들은 정반대로 이런 이야기를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자조적인 브라질 사람들은 그들에게 영국식 옷은 “너무 음울한 옷 같습니다. 이런 우울한 옷은 싫습니다. 여기에는 퀘이커교Quakers[5]교인들도 없어요. 11월의 영국에나 어울릴 침울한 색깔들은 원치 않습니다”[고 말했다.]
때로는 이러한 경향이 미신적이라 여겨질 수 있다. 개신교도 자본가 헨리 포드Henry Ford[6]가 그의 고객들에게 “검은색이기만 하다면” 어떤 색의 차든 가질 수 있다고 했듯이, 혹은 영국 판사들이 사형 선고를 내릴 때처럼 참혹한 의식들의 대표자가 자신의 가발 위에 작은 검은색 모자를 얹은 것과 같이, 창조적인  전문 계급과 그 지식인들의 시대는 물론 스티브 잡스가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인 이 시대엔 검은색이 ‘쿨하다cool’는 개념과 함께 새로운 방식의 사제직을 선택하는 색으로 변모하며 생명력을 대여받았다. 이런 진지한 사람들은 예술적인 사람일 수도 있지만, 분명하고 꾸밈없으며 정갈한 사람이기도 하다. 루드비히 비트켄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 블랙을 더러움과는 거리가 먼 색이라고 여겼듯 검은색은 선명하며 명쾌하다. 최근 발명된, 반타 블랙Vanta Black으로 불리는 가장 검은 검은색은 거의 아무 빛도 반사하지 않는 색인데 스텔스stealth [7]위성에 사용되는 것으로 특허를 받았다. 현재 방위 산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있는 혁신들도 이 예를 따르고 있다. 나노 시스템Nany Systems 제작자들은 색채 효과로 저명한 영국 예술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에게 이 색의 사용 독점권을 제공하는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계약을 맺었다. 검은색의 부상은 수퍼 쿨super-cool하다.

[1] 룩카Lucca : 이탈리아 서북부, 플로렌스 지방 서쪽.

[2] 하데스Hades: 그리스신화에서 죽은 자들의 신이다. 여기에선 죽은 자들의 세계를 의미한다.

[3]사티로스satyr;satyros: 그리스신화 속 반인반수 숲의 정령이며 포도주와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호색가들이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비극들 사이에 진행되는 익살스러운 사티로스극satyros play은 이 이름에서 유래했다.

[4] 성 마우리시오Saint Maurice: 성 마우리티우스, 성 모리스로도 불린다. 로마 출신 군인이었으며 우상숭배를 거부하여 처형당했다. 신성로마제국의 초대 황제 오토1세가 그를 수호성인으로 모셨으며, 독일계 상인 조합인 검은머리길드(The brotherhood of bleackheads; Bruderschaft der Schwarzhäupter)의 수호성인이다.

[5] 퀘이커Quakers: 프로테스탄트의 한 교파.

[6] 헨리 포드 Henry Ford(1863,7,30~1947,4,7): 미국의 자동차 포드Ford 사의 창설자.

[7] 스텔스Stealth: 항공기나 유도탄 등을 제작할 때,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형상이나 자재 또는 도장(塗裝) 따위를 사용하는 기술로 항공기나 미사일이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군사과학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