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Aprons, 13 Photographs | 7개의 앞치마, 13장의 사진
20세기 말, 시장의 여성들이 착용한 면과 합성 섬유; 2008년 라파스 길거리 시장에서 수집. 크레타 섬의 풍요의 여신들과 아시리아 사제들은 신성한 앞치마를 입었고, 이집트의 통치자들은 보석이 박힌 앞치마를 입어 그들의 지위를 보여주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상인과 장인들이 옷을 보호하기 위해 앞치마를 입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일반적으로 ‘에이프런 맨’으로 불렸다. 에이프런 맨이 매우 흔해지자 몇몇 무역업자들은 그들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스타일을 자랑하기도 했다. 여성들의 행동력에 관한 한, 안데스 사회는 여전히 패권적 유럽인들과 남성 중심의 역사 기록학이 만들어낸 구조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1930년부터 1960년까지 쿠스코Cuzco[1]의 시장 여성에 대한 마리솔 드 라 카데나Marisol de la Cadena[2]의 연구는 원주민과 메스티자의 분류가 원시인에서 문명인으로 발전하는 과정과 유사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상황을 다르게 설명한다. 오히려 이 연구에서 원주민에 대한 관점은 끝없는 관계 분류를 통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반영한다. 그녀는 인종적 범주가 인종 차별적 분류에 기초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특정한 상호작용에 의해 협상되는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메스티자스mestizas는 원주민 여성과 달리 하인이 아니라 도시에 살면서 상인으로서 훌륭하게 생계를 꾸린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권위를 주장하고 있다. 원단의 질, 블라우스 모양, 숄을 착용하는 방식, 모자 소재 등을 바탕으로 메스티자와 그들의 고객들은 원주민과 부엔 메스티자buen mestiza(좋은 메스티자)를 각각 최하와 최고 위치에 두는 분류 체계에 자신을 맞추게 된다. 그러면 여성은 원주민, 메스티자 심플(단순 메스티자), 카시 다마스casi damas(거의 숙녀), 다마스damas(숙녀) 및 부에나스 메스티자스buenas mestizas(좋은 메스티자스)로 인식된다. 일반적으로 계급을 나타내는 옷은 민족 의상과는 별개로, 각기 다른 경제 상황을 가리키는 권력 구조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계급은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는 상황에 따른 상호작용에 대한 해석 역시 허용한다. 예를 들어, 옷을 갈아 입음으로써 원주민은 다마dama가 되거나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으며, 그러므로 옷을 입는 방법을 배우는 오랜 과정에 선행하는 사회적 변혁을 표현한다. 식민지 지배자의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원주민 여성의 망토인 악수aksu는 계속해서 중요하게 여겨졌다. 더욱 외진 지역 사회에서는 스페인이 그들의 정책을 시행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원주민 여성들이 스페인 스타일의 옷보다 악수aksu를 계속 입었다. 풀 스커트 위에 앞치마로 입는 오늘날의 시장 여성의 앞치마는 변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1] 쿠스코는 페루 남동부 쿠스코 주에 있는 도시이다. 80 km 북서쪽으로 마추 픽추가 있으며, 안데스 산맥 사이의 해발 3600m에 있다. 현재 인구는 약 30만명이다. 쿠스코는 케추아어로 “배꼽”을 의미하고 타완틴수유의 수도이며, 문화의 중심지였다.
[2] 마리솔 데 라 카데나 Marisol de la Cadena: 페루 리마 출신. 인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