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ix | 리믹스

볼리비아의 시인 하이메 샤엔스Jaime Saenz[17]가 옷감 스크랩으로 만든 아파라피타스 자켓을 입고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부유함을 뽐내는 행동은 의복에 과도하게 많은 벨벳 천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 방대한 양의 벨벳은 쓰레기 더미로 향할 운명이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모두 벨벳을 아껴서 사용했고, 신발이나 지갑, 방한용 토시, 옷의 가장자리를 제작할 때 재사용했습니다. 대단히 견고하게 조직되어 있는 금색 바탕의 벨벳은 가장 작은 조각에 사용했고, 버려진 옷에 떼어 내서 다른 품목을 만드는 데에 사용했습니다.” 나바호족Navajo[1]의 축복받은 방직공들은 멕시코의 스페인 군인 담요에서 실을 뽑듯 상업용 플란넬flannel천인 바예타bayeta[2]천에서 붉은 실을 풀어냈고, 다른 색실과 엮어 짜서 방적기를 돌렸다. 멋진 색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만족스러운 붉은색은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물러나보면 바예타 천의 기원은 캐나다의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올이 거칠고 성긴 모직물)이다.  바예타 천은 스페인으로 수출되어 현지의 풍부한 코치닐을 공급받아 붉은색으로 염색되기도 했다. 1746년 북아메리카에서 이 바예타 천이 광고되었고 상용화가 시작되었으므로 북아메리카에 사는 나바호족은 바예타를 공급받기 쉬웠을 것이다. 서아프리카 요루바Yoruba와 에도Edo의 직공들은 수입 직물에서 풀려나온 털실로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의 양단[3] 무늬를 짜고 현재 가나Ghana에 속하는 아샨티족Asante[4] 고위층을 입힐 켄테kente[5] 의상을 만들어냈다. 태피터taffeta[6] 옷감과 여타 해외 직물 수입에 의존해서 실을 뽑아내는 데에 사용했다.

특정 격자무늬로 짠 수직(手織) 인도 마드라스Madras 무명 천은 19세기부터 영국을 통해 나이지리아Nigeria로 유통되었고 나이젤 델타 삼각주Nigel Delta[7]의 칼라바리Kalabari족 사람들에게서 큰 호평을 샀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이 천에서 하얀색이나 밝은 색의 실을 뽑아내는 “뺄셈의 디자인design by subtraction”을 추가했다. 바늘과 레이저 날을 이용해 실의 마지막단을 끌어올려 잘라내고, 짧아진 실을 끌어당겨 천에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방식을 통해 마드라스 천은 칼라바리족의 전통 옷 필리트 바이트pelete bite[8]로 변신했다. 이 옷을 귀중한 상품으로 여기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착용했다.

현대 마야 여성들은 ‘취미삼아 손으로 만든 브리꼴라쥬bricolage’ 섬유를 “종종 우아함보다 독창성을 가미하여 짜고 구획별로 효과를 나눠 구성했다. 양모와 생 목화, 아크릴과 금속 합성실, 인디고와 아닐린염료aniline dye, 리크랙rickrack[9], 레이스, 거즈와 폴리에스테르 등을 사용했다. 이는 ‘임시로 만든 것’ 그 이상이다. 여성들의 직조활동에서 일어난 의도적인 ‘전용appropriations’이며 이들의 즉흥 창작은 어떤 경우 문화적인 전복이 되기도 했다. 그와 유사한 것으로, 치리구아노 과라니 부족Chiriguano guarani[10]의 농업축제는 크리오요인Criollo[11] 카니발과 함께 이루어졌다. “고유성과 시적인 면모를 잃지 않은 채 이질적인 상징으로 가득한 제의를 통하여 [그들의] 사회적 연결고리와 소유권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가면은 아라와크Arawak 차네Chané족의 제의에서 썼고 실크 모자top hats는 식민지의 산물이었으며 의상은 안데스의 영향을 받은 메스티조 의상이었다. 치리구아노Chiriguano족, 크리오요Criollo인, 안데스 풍, 니바크레Nivaklé 족[12],  렝구아Lengua[13]족, 메노나이트Mennonite[14] 교회 풍으로 장식품을 꾸렸다. 몇몇은 재규어 호피와 왜가리 깃털, 카라구아타caraguatá 섬유로 만든 천과 더불어 오토바이 장갑, 가발과 색안경들까지 동원하여 변장했다.

매의 날개로 장식한 암홍색 나무 가면은 꼴라쥬와 같았다. 잡지에서 오려온 얼굴과 야생 들고양이의 털로 만든 마스크, 멧돼지pecarí나 들판의 사슴들이 판자, 플라스틱 소재의 다른 재료와 모여서 가면위에서 어우러졌다. 선조와 신화 속 야수들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배트맨Batman과 이티E.T와 축제를 나누었다. 브라질 중심부 카야포Kayapo족[15]의 오 네크렉스õ nêkrêx는 장식품 혹은 개별적으로 상속된 특정한 권리를 뜻하며 매우 존경받는다. 다른 부족에게서 유래한 것일지라도 치장의 혁신은 그 창작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화재로 한 동네가 전소된 후 중요 의식 마지막 무용에 써야 하는 깃털 머리 장식이 사라졌다. 그 장식이 없으면 수치스러운 쇼가 될 것이다. 어떤 이는 시내에 가서 다양한 색의 플라스틱 빨대를 구매해 머리장식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멀리서 보면 아카족áká의 깃털 머리 장식처럼 보였다. 장식을 만들 독점적인 권리는 유산과 같이 상속되었지만 그래서 아카족의 장식은 아카족이 만들 수 있지만 만일 누군가가 충분한 깃털이 없거나 단순히 새로운 모습으로 꾸미는 걸 좋아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권리를 ‘빌려’주곤 했다.” 

1970년대, 라파스의 아파라피타스aparapitas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다. 남성은 모든 색과 모양과 재질의 옷 조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 펠리페는 엄지손톱 만큼 작은 조각부터 손만큼 커다란 것도 보았다. 벨벳, 헤센hessian[16], 플란넬, 실크, 마루걸레, 모직물, 캔버스, 고무, 데님, 삼베, 샤모아 가죽, 리넨과 유포로 된 조각들이 있었다. 동그란 것, 네모난 것, 세모난 것, 다각형으로 된 것도 있었다. 어떤 것은 완벽히 들어맞으며 어떤 것은 흉하고 또  어떤 것은 깔끔했다. 그러나 모두 매우 꼼꼼하게 바느질되어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실, 마포, 전선, 신발끈, 줄, 가죽으로 만든 실과 선 등 아주 다양한 재료와 함께 사용했다.

피노체트Pinochet[18]군부 시절, 산티아고 데 칠레Santiago de Chile의 빈민가 여성들이 면 조각과 낡은 옷 조각으로 아필라arpilleras[19] 자수를 놓았다. 아필라는 교회에서 판매했다. 사람들이 이 자수를 사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여성들은 ‘우리는 우리가 가진 고충들을 수놓았고 그 고충들은 보기 흉한데’ 사람들이 구매를 하자 놀라워했다.

[1] 나바호족Navajo 북아메리카 대륙의 남서부에 주로 살고 있으며 인디언중 가장 많은 인구수를  차지한다.

[2] 바예타bayeta: 올이 촘촘하지 않고 느슨한 양모. 걸레를 뜻하기도 한다.

[3] 양단: 금, 은색 명주실로 두껍게 짠 비단.

[4] 아샨티Asante;Ashanti: 서아프리카 황금해안의 왕국 및 부족 명칭. 가나 남부와 토고, 코트디부아르 지역에 산다. 아샨티 왕국은 1695년경 오세이 투투(Osei Tutu, 재위 1697~1731)가 삼림지방의 부족을 통합하여 세운 왕국이며, 18세기에 연안부 유럽인의 상업상 근거지로 발전, 1901년 영국이 멸망시킬 때까지 존속했다. 화려한 색의 천을 생산하고 그 천으로 가나의 전통 의상을 만든다.

[5] 켄테Kente: 아프리카 가나의 남성이 착용하는 고대 로마의 토가와 비슷한 화려한 색무늬의 감는 옷.

[6] 태피터Taffeta is a crisp, smooth, plain woven fabric made from silk or cuprammonium rayons as well as acetate and polyester. The word is Persian (تافته) in origin …

[7] 나이젤 델타Nigel Delta: 나이지리아 남부의 삼각주, 아프리카 최대의 석유생산지. 토착 민족은 칼라바리 Kalabari 족이다.

[8] 필리트 바이트pelete bite: 칼라바리의 이조Iijo족이 만드는 천. Pelete는 ‘실을 자른다’, Bite는 옷이라는 뜻이다. 천을 조밀하게 짜서 실을 잘라 올을 빼서 구멍을 만든다.

[9] 리크랙rickrack: 어린이 옷의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지그재그 모양의 납작한 끈.

[10] 치리구아노Chiriguano: 남아메리카 중부의 아르헨티나·볼리비아·파라과이에 걸친 광대한 평원 그란차코 Gran Chaco에서 활동했던 토착민족들 중, 볼리비아에 거주하는 과라니Guarani부족의 한 계열.

[11] 크리오요Criollo: 아메리카 대륙의 에스파냐계열 식민지에서 태어난 백인. 식민지 사회에서는 인디오·흑인·여러 혼혈집단을 지배하는 특권계층을 형성하였으나, 식민지 관료기구나 교회조직에서도 현실적으로는 페닌슐러와 명확히 구별되어 차별대우를 감수하여야만 하였다. 그러나 식민지시대의 말기에는 지방관료, 하급성직자, 상인계층으로서 식민지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독립혁명에서는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들의 의식은 기본적으로 유럽에 강하게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의해 형성된 독립국가에서도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백인 아닌 여러 집단은 사회적·문화적으로 차별 대상이 되었다.

[12] 니바크레Nivaklé: 그란차코의 토착민족 중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에 주로 사는 부류.

[13] 렝구아Lengua: 그란차코 토착민족 중 파라과이에 사는 부류.

[14] 메노나이트 교회Mennonite: 네덜란드의 종교개혁자 메노 시몬스(Menno Simons)에 의해 생겨난, 재세례파(再洗禮派) 중 최대의 교파. 제세례파는 종교개혁 시기에 출발한 프로테스탄트계열 종파이다.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 있으나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에 집중되어 있다

[15] 카야포족Kayapo: 아마존 남부 지류 토착민족.

[16] 헤센hessian(burlap): 자루를 만드는 데 쓰는 튼튼한 갈색 천.

[17] 하이메 샤엔스 구스만Jaime Sáenz Guzmán(29 October 1921.10.29-1986.08.16. 볼리비아): 볼리비아의 시인, 소설가, 단편 작가다. 라파스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으며 안데스의 거친 지형과 혹독한 기후는 그의 작업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시는 장르를 구분하기엔 어려운 독자적인 색채를  띠는데 초현실주의 문학과 유사한 면모가 있다. 오랜 시간 알콜 중독과 싸웠고 그의 시에도 나타난다. 항간엔 저주받은 시인이라 불리기도 했다. 오픈된 양성애자이기도 했다.

[18]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1915.11.25-2006.12.10. 칠레): 칠레의 군인·정치가. 육군·해군·공군 및 경찰군 총사령관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평의회 의장에 취임했다. 신헌법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고 계속되는 경제위기와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저항하다 대통령 집권연장찬반투표에서 패했다.

[19] 아필라arpillera: 1970년-1980년대 필레의 군부독재 피노셰 정권 시절에 유행했던 밝은 색상의 조각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