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 Suit 남성 정장
밀가루 포대에서 추출한 목화 안감 모직물; 2010년 푸노Puno의 골동품상에게서 구입. 현재 페루에서 토착민족들이 서양 복식으로 옷을 갖춰 입는 것을 [일컬어서] 문명화된 사람들이 civilizarse, ‘누군가를 교화시키는 것이다’라고 하는데, [만일] 그들이 너무 가난해서 옷을 살 돈이 없으면 어떤 특정 가게에 가서 옷을 빌려입기도 한다. 밀가루 면직 포대를 잘라 만든 안감을 손으로 짠 이 정장의 옷감은 영국식 트위드tweed[1]를 흉내내고 있다.
1575년, 스페인 왕 펠리페 2세의 권위를 내세운 톨레도Toledo 총독은 잉카 식 복장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안데스 원주민들이 “우리식(스페인 식) 옷을 입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장려했는데 이는 안데스 원주민들이 스페인 식의 복장, 즉 셔츠, 바지, 치마, 블라우스를 입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어떤 옷이든 “상처와 애통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 것만 입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스페인 법령은 사회 계급별로 입을 수 있는 옷과 시기를 법으로 정해 놓음으로써 사치스러운 직물의 사용을 통제했었다. 식민지 페루 부왕령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으로 사회 계층과 인종 구분에 입각해 복장을 규제했다. 예를 들어, 원주민 여성이 입을 수 있는 비단의 양은 제한되어 있었고, 그녀의 망토에 붙일 수 있는 레이스 조각의 개수 역시 정해져 있었다.
1571년 당시 혼혈 여성은 비단 망토, 금, 진주 같은 것을 착용하는 것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 18세기에는 과하게 사치스러운 옷을 입은 듯한 안데스 원주민을 향한 불쾌감이 부왕권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그 결과 원주민들이 “우리(스페인 사람)처럼 입는 것이 금지”됐다 (1791년 법률 개정판, p.403). 그 즈음, 투팍 아마루 혁명Túpac Amaru rebellion[2]의 결과로 잉카 식의 옷이 급속도로 정치적인 색을 띄게 되자 행정관들은 이를 걱정하기 시작했으며, 1781년에는 이러한 옷을 입는 것을 불법으로 만듦으로써, 다시는 옛날 통치자들의 이상적인 모습과 고대의 기억을 불러내지 못하게 했다.
반면 같은 시기의 잉카 복장은, 쿠스코Cuzco와 포토시Potosí의 1555년 성체축일Corpus Christi[3] 행진에서 과거를 재연하고 잉카문명의 유산을 ‘연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었던 것처럼, 잉카 복장은 식민지 민중을 보여주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현재까지 보존된 많은 식민지 튜닉tunic[4] 역시 특별히 민중 행진을 위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안데스 원주민의 느슨하게 감긴 드레스가 ‘외설/무례함indecency’을 보여준다고 우려한 1570년대 부왕령 행정관들은 (그들의) 옷들을 꿰맬 것을 요구하는 법을 제정했다. 잉카의 몇 태피스트리tapestry[5] 이크야lliclas(숄)[6]의 표면에는 가짜 솔기가 수놓아져 있다. 이는 랩 무늬 망토의 두 깔루callu가 맞붙는 선을 모방한 것으로, 법에 대한 저항의 행동일 수도 있고 의미 없는 내용을 넣어 미적 형태를 이어가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다.
[1] 트위드tweed: 비교적 굵은 양모를 이용, 간간히 다른 색깔의 올을 가미하여 수평 수직으로 짜낸 두꺼운 천.
[2] 투팍 아마루 혁명Túpac Amaru rebellion : 스페인 식민통치에 대항했던 운동이다. 투팍 아마루 1세는 스페인의 정복에 대항하다 페루 부왕 톨레도에 의해 1571년 처형됐으며, 200년 후엔 투팍 아마루2세가 안데스 지역 광산에서 혹사 당하는 원주민을 위해 스페인에 대항하여 운동을 일으켜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상징적인 보복을 했으나 처형당했다.
[3] 성체축일Corpus Christi: 그리스도교 축일 중 하나이다.
[4] 튜닉tunic: 헐렁하고 긴 상의를 말하는데, 보통 허리 밑까지 내려오는 여성용의 낙낙한 블라우스 또는 코트이다. 모양은 소매가 달린 티(T) 자 형이고 보통 허리에 벨트를 매어 입는다.
[5] 태피스트리tapestry: 여러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혹은 그 제작 기술.
[6] 이크야Lliclas: 페루 여성 전통 의상으로, 여인들이 사용하는 숄, 어깨걸이.